본문으로 바로가기

족구왕 단평

category 봄/리뷰 2014.10.30 16:08
<족구왕> 단평.

안재홍이 분한 홍만섭은 현실에서 철저한 비주류다. 연서복인 그는 두둑한 뱃살에, 너무나 평균적인 외모를 갖추고도 2점 대의 평점에 토익은 점수조차 없다. 게다가 좋아하는 스포츠는 족구. 축구도 아니고 배구도 아닌 것이 ‘촌스럽기 그지없다.’ “이름도 족구가 뭐야 족구가. 족구멍의 약자도 아니고.”

무슨 근자감인지 청춘이 언제까지일 것 같냐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라는 선배의 말에 그래도 하고 싶은 걸 해야 하지 않겠냐고 대든다. 등록금 대출 이자를 갚지 못해 등록을 하지 못할 위기에 놓여도, 연애를 하려면 족구 같은 걸 해서는 안 된다는 짝사랑의 말을 듣고도, 그는 긍정적이다. 너무나도 긍정적이다.

아프니까 청춘이라는데, 그는 하나도 아파 보이지 않는다. 언제 끝날지 모를 청춘이니 분투하고 미래를 대비해야 하는 청춘이라는데, 그는 그의 어떤 미래도 준비하지 못한다. 사랑과 족구라는 현실에서 하나도 중요하지 않을 것들 곁다리들에 이상하리만치 집착한다.

현실적이지 못해 비현실적인 그의 모습이지만, 그래서인지 오히려 그의 캐릭터는 정말 현실적이다. 문제는 있지만 그는 결국 아무런 문제도 해결하지 못한다. 문제의식은 있지만 문제에 대한 고민은 없어 보인다. 등록금을 내지 못해 등록취소를 당해도, 짝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을 택하지 않아도 그는 좌절하지 않는다. 감독은 비싼 등록금이나 취업난 같은 청년문제에 대해 아무런 문제제기도 하지 않는다. 그저 무던하게 현실을 보여줄 뿐이다. 그래서 이 영화는 즐겁다. 그래서 이 영화는 재밌다.

하지만 영화의 단점 역시 이 지점에서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너무나도 밝고 너무나도 즐거운 이 에너지의 근원이 단지 청춘,이라기엔 납득이 가지 않으며, 만섭은 너무 단순하고, 너무 우직하며, 평면적이다. 사건을 겪으며 성장한다기보다는, 이미 성장한 캐릭터가 사건을 겪는다는 느낌이 든다. 또한 감독이 이 영화를 통해 이야기하고자하는 바가 무언지 잘 짐작이 가지 않는다. 어정쩡하다는 이야기다.

한편 <족구왕>의 연출은 일본 청춘물들과 많이 닮아 있다. 스포츠 동아리들의 사활(이 경우에는 족구장의 사활 쯤 되겠다)을 걸고 싸우는 식의 일본 청춘물의 클리셰를 따랐다. 야구치 시노부의 <워터 보이즈>, 수오 마사유의 <으랏차차 스모부> 같은 영화를 떠올리게 하면서도, 군대에서 막 전역한 복학생의 모습은 너무나도 한국적이다.

현실의 문제를 잊기 위해 현실의 곁다리에 집착하는 ‘비청춘적 청춘’에 대한 텍스트. 일본의 전형적인 청춘물을 떠올리게 하면서도 너무나도 한국적인. 유쾌한 연출이 돋보이지만 신파적이지도 않은 젊은 영화.
신고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