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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맨>에는 토니 스타크라는 ‘천재, 플레이 보이, 억만장자, 박애주의자’가 있었다. <캡틴 아메리카>는 국가를 위해 싸우는 정의의 사도 스티븐 로저스가 있었다. <토르>는 신의 아들이었으며, <헐크>에는 거대한 녹색괴물로 변신하는 과학자 브루스 배너가 있었다. 모두 저마다의 고뇌를 가진 히어로들이었지만, 잘 난 분들이기도 했다. 그러나 여기, 도저히 잘난 데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1) 녀석들이 있다. 스스로를 ‘우주의 수호자’라는 어쩐지 오글거리는 이름으로 지칭하는 이들이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말이다.

(영화 초반에 등장하는) 이들의 면면은 이 영화를 ‘히어로물’이라고 칭하기 민망할 정도다. 범죄자, 폭행 전과자, 살인자와 ‘미친놈’의 조합. 대체 누가 이들을 ‘히어로’라 칭할 수 있다는 말인가! 사실, 그래서 나는 이 영화가 마블 스튜디오 최초의 실패작이 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었다. 기존 마블 영화들에서 한켠 벗어난 작품이었으니까. 일단 그들은 마블 히어로들 중에서 인기 없는 편에 속했으며, 이들은 별로 히어로스럽지도 않았다. 정의감도, 초능력도, 심지어 ‘재산’도 없는 놈들이 히어로라고?

 그러나 그런 점이 오히려 이들을 매력적인 캐릭터로 만들어주는 요소가 된 듯하다. 피터 퀼(일명 스타로드)은 그들과 자신을 ‘루저’라고 칭한다. 가족을 잃고, 고향을 잃고, 스스로조차 잃어버린 ‘루저들.’ 그런 루저들의 모습에서 동질감마저 느껴졌다. 아이언맨과 헐크, 캡틴 아메리카가 ‘멋있다’와 ‘대단하다’는 감탄사를 내뱉게 했다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연신 ‘재밌다’는 말을 내뱉게 한 이유가 있다면 바로 이것 아닐까. 이들이 구 히어로들과는 달리 쓸데없이 비장하고, 무리하게 폼잡지 않는다.

 맞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재밌는 영화다. 아니,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가 웃기는 놈들이라고 해야 맞는 말일까. 어느 순간에도 쉽사리 비장해지지 않는다. 비장해야 할 순간에서까지 일말의 유쾌함을 놓지 않는다. 그러나 단지 가볍게만 볼 수 없는 것도 이들의 매력이다. 우주를 구하려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가모라의 질문에 ‘내가 사는 곳’이기 때문이라고 답하는 피터 퀼의 대답은 명쾌하다. 이들은 그 이유로 정의감이나 책임감을 꼽지 않는다. <캡틴 아메리카>는 그가 짊어진 정의감과 책임감이라는 기름기 때문에 ‘두 번 보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기름기를 쫙 뺀 삶은 고기 같은 맛이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그래서 추천함직한 영화이다. 이 히어로 같지 않는 히어로들은 영화관 밖으로 나오는 당신의 걸음을 훨씬 더 가볍게 만들어 줄 것이다. 아, 또 이거 하나 쯤은 약속할 수 있겠다. (조 샐다나처럼 영화가 재미 없으면 환불해주겠다는 말은 할 수 없겠지만) 이들의 조합은 <어벤져스>의 스티븐 로저스, 브루스 배너, 토니 스타크, 토르의 그것만큼이나 매력적이다. (어쩌면 그것 이상으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어벤져스2>로 가는 마블의 대장정의 마무리이기도 하지만, 페이즈3라는 새로운 장정의 시작이기도 하다. <어벤져스2>를 넘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가 합류할 <어벤져스3>가 기다려지는 이유이다. 여기까지 오니, 마블이 도대체 어디까지 할 수 있고, 할 수 없는 건 과연 있기나 한지 궁금해진다. 또 보러 가야겠다.

PS. 참, 마블코믹스의 오랜 팬이라면 눈치 챘겠지만, 오리가 그냥 오리가 아니고, 개가 그냥 개가 아니다. 아마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속편이 나오는 2016년에 다시 만나게 될 동물들(?)일지도 모르겠다.

 1) 굳이 찾자면 잘 싸운다는 것 정도?

* 감상이나 리뷰라고 말하긴 부끄럽고, 그냥 빠심에서 쓴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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