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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지니 영화는 토렌트로 봅시다?

category 씀/단상 2017.01.21 13:34

(2017.1.11)


<너의 이름은>이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덕분에 마땅한 경쟁작 없이 몇 가지 흥행요소만으로 박스오피스를 차지했던 <마스터>는 쉽게도 밀려났다. 시기를 잘 고른 터인지, 부족한 만듦새에 비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싶었다. 그에 비해 <너의 이름은>은 몇 배는 더 잘 만든 애니메이션이다.

흥행과 함께 미소지니 논란이 일었다. 신카이 마코토가 여성을 바라보는 시선과 몇 장면들에서 나온 비판이었다. '갑자기 여성의 몸을 갖게 된 남성'이라는 장치에 동반되는 클리셰들을 아무런 고민도 없이 답습한 결과였다. 그 와중에, 신카이 마코토가 한 인터뷰에서 타키가 미츠하가 뱉은 쌀로 만든 술을 마시는 장면을 일컬으며, 그 나이대 남성들이 가진 페티시라고 말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은 더욱 커졌다.

그 와중에, 레진 코믹스에 <카데바 소셜 클럽>을 연재 중인 윤차이 작가가 자신의 트위터에서 "(<너의 이름은>이 미소지니의 교과서이므로 모두 극장에 가서 한 번씩 봐야 한다는 글에 답하며) 극장보다는 편하게 집에서…베이 코리언즈(토렌트 공유 사이트) 가서 보면 좋겠네요."라고 말한 것이 알려졌고, 큰 비판을 받았다.

당연하게도, <너의 이름은>이 미소지니적 시선을 가진 영화라는 것이, 이것을 '불법' '다운로드'해야 할 이유가 되지는 못한다. 좋은 컨텐츠든 좋지 못한 컨텐츠든 간에, 정치적으로 훌륭한 컨텐츠든, 비판 받아 마땅한 컨텐츠든 간에 컨텐츠에는 제값이 존재한다. 그 가격이 아깝다면 두 개의 선택지가 있다. 할인 받을 방법을 찾아보거나; 보지 않거나. 안타깝게도 토렌트는 선택지에 있을 수 없다.

타인에게 어떤 작품을 비판하고 싶다면? 마찬가지다. 그 작품을 불법 다운로드 해서 보라고 권할 것이 아니다. 불매운동을 제안하거나; 그 작품을 정당한 방법으로 비판하거나. 그 이외의 선택지는 없다. 비도덕적 방법으로 작품을 감상하고 비판한다면 그 비판 역시 비도덕적일 수밖에 없다. 창작자가 귀를 기울일만한 가치가 있는 비판은, 감상자가 그만한 가치를 지불하고 작품을 감상했을 때만 생긴다.

비단 윤 작가만 이런 생각을 했던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불법 다운로드는 한국 사회에 여전히 만연하다. <너의 이름은>의 경우엔 불법 다운로드가 극심하다는 기사가 나올 정도다. 이런 환경에서라면,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작품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탐탁치 않은 게, 오히려 자연스러운 일일지 모른다.

예를 들어보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부정하고 다시 그(들)을 찬양하자는 내용의 영화가 제작되어 극장에 걸린다면, 이를 비판하기 위해 우리는 이 영화를 불법 다운로드 해야 할까. 당연하게도 영화관에 가야 한다. 그 값을 지불하기 싫다면? 안 보면 된다.

다시 말한다. 좋은 컨텐츠든 좋지 못한 컨텐츠든 간에, 정치적으로 훌륭한 컨텐츠든, 비판 받아 마땅한 컨텐츠든 간에 제값은 존재한다. 박정희를 찬양하는 컨텐츠건 김정일을 고무하는 컨텐츠건 가격이 붙어 있고, 이를 비판하고 싶다면 그 값을 지불하면 된다. 당연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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