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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정유라 체포 보도의 언론 윤리 문제에 대하여.

category 씀/단상 2017.01.04 18:00



1.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또 다른 주인공인 정유라가, 덴마크 경찰에 의해 체포됐다. 덴마크 올보르 교외의 한 주택이었다. 이 과정은 JTBC를 통해 보도되었다. 단독이었다. 정유라의 등장은 이 거대한 게이트의 실마리를 풀 수 있는 열쇠일 수 있었고, 많은 시민들은 환호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정유라를 경찰에 신고한 것 역시, JTBC였기 때문이다.


2. 박상현 메디아티 이사는 3일 복수의 매체에 기고한 글을 통해 JTBC의 보도를 지적했다. '기자는 사건을 보도만 할 뿐 개입하지 않는다'는 '불개입 원칙'을 명백히 위반했다는 것이다. 보도, 신고 둘 중 하나만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 논쟁적인 주장은 'JTBC는 옳은 일을 했다.'는 주장과 함께 첨예한 대립을 불러왔다. 어느 정도는 맞는 이야기일 수 있다. 언론사가 사건을 보도하기 위해 그 사건이 일어나도록 만든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3. 얼마 전 영국의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샘 앨러다이스 당시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의 스캔들을 보도했다. 샘 앨러다이스가 축구 에이전시 관계자들에게 써드파티 오너십(구단이 아닌 제3자가 선수에게 소유권을 행사하는 것) 금지조항을 회피하는 법을 알려주겠다며 40만 파운드를 요구한 것이다. 우리 돈 5억이 넘는 꽤 큰 금액이었다. 해당 보도는 샘 앨러다이스의 도덕성에 큰 의문을 불러왔고, 결국 그는 감독직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4. 문제는, 샘 앨러다이스가 40만 파운드를 요구한 이들이 에이전트가 아니라 사실은, 에이전트로 위장한 텔레그래프 지의 보도팀이었다는 것이다. 이른바 '함정 취재'로 불리는 이 보도 방식은, JTBC가 했던 것 이상으로 사건에 개입하는 행위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과연 이를 무작정 '언론 윤리 위반'이라고 비난할 수 있을까. 얼마 전 있었던 칠레 외교관 성추행 역시 현지 언론의 함정취재가 있었기에 수면 위로 올라올 수 있었다.


5. JTBC 기자가 신고하지 않고 정유라를 비롯한 일행이 JTBC를 피해 도망치는 장면을 담아 보도했다면 어땠을까. 과연 이것은 언론윤리에 들어맞는 일이었을까. JTBC 기자들이 신고 없이 보도만 했다면 아마 더 큰 비난을 피하지 못했을 것이다. 취재를 위해 정유라가 머물던 집에 다가선 순간부터, 정유라의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었으므로 JTBC는 이미 사건에 개입한 것이다. '둘 중 하나'는 그래서 성립할 수가 없다.


6. 아쉬움은 남는다. 이는 단독보도가 되어서는 안 됐다. 이런 보도행태가 일상화되고 당연시된다면, 언론사는 각자의 시청률과 인기를 위해 취재 과정에서 현실에 더욱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이다. 이번에는 긍정적인 결과가 나왔다지만, 다음에는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알 수 없다. 이를 생각한다면, 연합이나 뉴시스 같은 통신사나 현지 언론과 동행해 함께 보도하는 것이 더 적절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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