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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한국은 '둘 중 하나'로 기록될 것이다

category 씀/칼럼 2017.01.02 05:32

이런 우스갯소리가 돈다. 몇 년 전쯤으로 돌아가 "2016년에는 이런 일이 일어난대요"라고 말하면 그냥 미친놈 취급당하고 말 것이라는 식의 이야기 말이다. 실은 그렇다. 과연 누가 이런 일이 일어나리라고 생각했을까. 아마 대부분의 이들에게 '별일이 다 있었네'라는 식으로 넘겨질 얘기만은 아닐 것이다. 

2016년에는 정말, 있으리라 생각도 못 한 일들의 해였다. 정치·사회·세계·역사·경제·문화 모든 영역에서 그랬다. 변화의 해였고 혼돈의 해였다. 한국 사회가 그동안 공들여 쌓아 왔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질문을 던지게 한 해였고, 그 공들임이 그야말로 산산이 조각난 해였다. '에이, 설마' 싶었던 일들이었다. 그런 일들이 단지 사람이 아니라 나라를 잡았다. 온 국민을 잡았다.

첫 시작은 테러방지법이었다. 국민 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다던 이 법은, 유럽 곳곳에서 이어지던 ISIS의 테러와 북한의 공격을 막고, 방지한다는 미명 하에 국회에 상정됐다. 시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국정원에 필요 이상의 권한과 권력을 부여할 수 있다는 우려가 계속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초유의 직권상정을 통해서 말이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무려 186시간의 필리버스터를 벌였지만, 본회의를 이어갈 수밖에 없었고, 결국 테러방지법도 통과됐다.


한 달 후 치러진 총선에서는 16년 만의 여소야대 정국이 실현됐다. 새누리당의 19대 국회 파행과 박근혜 정부에 대한 심판론이 작용한 결과였다. 더불어민주당이 보여준 무능에 대한 비판 역시 만만치 않았으나, 더불어민주당을 비판하는 이들이 선택한 곳은 새누리당이 아니라 국민의당을 비롯한 군소정당이었다.


나향욱 교육부 정책기회관의 발언 역시, 대한민국이 어디쯤에 와 있는지를 잘 보여줬다. "나는 신분제를 공고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민중은 개돼지로 취급하면 된다. 상하 간의 격차가 어느 정도 존재하는 사회가 어찌 보면 합리적인 사회가 아니냐." 이런 생각을 거리낌 없이 말할 수 있던 것은, 어떤 이들에게는 충분히 용납되는 발언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는 결국 파면됐지만, 사회의 소위 고위층들이 국민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드러났다.


삼성이 새롭게 내놓았던 갤럭시 노트7도 올해의 핫이슈였다. 나쁜 의미로 말이다. 올 8월 2일 출시했던 노트7은 거듭되는 폭발 사고로 출시 54일 만에 그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몇 번의 리콜과 재판매가 있었지만, 리콜된 제품에서도 같은 문제가 발생했다. 이와 관련해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갤럭시노트7의 실패가 국가 경제 전체를 위기에 빠뜨릴 수 있는 상황"이라며 "30대 상장기업 순이익의 80%를 삼성과 현대자동차가 차지"하고 있는 현실을 비판했다.


경주에서는 관측 이래 한반도 최대 규모의 지진이 일어났다. 2016년 9월 12일 오후 7시 44분경 발생한 1차 지진의 진도는 5.1. 상당히 큰 규모였지만 끝이 아니었다. 약 1시간 후 발생한 지진은 진도 5.8. 진앙지뿐 아니라 전국에서 진동을 감지할 수 있을 정도였다. 피해 역시 상당한 수준이었고, 그 이후도 여진이 556회(12월 25일 06시 29분 기준) 차례 계속됐다. 경상도 인근에는 노후 원전이 밀집돼 있고, 경주로부터도 결코 멀지 않은 곳들이다. 후쿠시마의 대재앙이 한국에서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결코 말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백남기 농민의 사망 또한, 기억할만한 아니 기억하고 곱씹어야 할 일이리라. 경찰의 폭력적인 시위 대처와 진압은 한 사람의 죽음을 부르고 말았다. 경찰버스가 그런 식으로 길을 막지 않았더라면, 물대포가 없었더라면 아니 물대포를 직사하지만 않았더라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물대포 없이도, 경찰버스로 모든 길목을 꾸역꾸역 막지 않아도 평화적인 시위가 가능하다는 것은 근래의 많은 시위들이 이미 충분히 증명하고 있다.


그리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사상 초유의 사태가 한두 개 일어난 해가 아니지만 진짜 정말 문자 그대로 사상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 어느 체육특기생의 부정입학 정도인 줄 알았던 일이, 알고 보니 국정농단이었다. 대통령인 줄 알고 있던 사람이, 실제로는 선출되지 않은 권력의 결재를 받아 정치하는 대(代)통령에 불과했던 것이다. 최순실의 손에 좌우되는 건 연설문만이 아니었다. 인사·정책·홍보 등을 비롯한 여러 업무가 그의 '작품'이었다는 의혹이 계속되고 있다. 그리고 그 결과, 대통령은 국민과 의회에 의해 탄핵됐고,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모르긴 몰라도, 2016년은 대한민국 역사상 참 이상했던 한 해로 기록될 게 분명하다. 훗날의 역사교과서는 지금의 대한민국을 과연 어떻게 서술할까.

아마 둘 중의 하나일 것이다. 그동안 쌓아왔던 대한민국의 문화·정치·경제·사회가 모조리 무너지기 시작했던 첫해로 기록되거나, 아니면 모진 바람에도 굴하지 않고 올해의 마지막을 밝혔던 촛불처럼, 문화·정치·경제·사회가 새로이 발전할 수 있었던 계기로 기록되거나. 

아, 그 교과서가 보수정권이 만든 국정교과서가 아니라면 말이다. 나는 되도록 후자였으면 좋겠다.


2016.12.30.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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