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이게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라고?

category 봄/리뷰 2016.04.30 02:30

*영화 리뷰에 스포일러가 없길 기대하는 게 이상한 거라니까요.

 


<캡틴 아메리카:시빌 워>(이하 시빌 워)가 순항 중이다. 한국의 독특한 영화시장구조를 고려하더라도, 한국에서 <시빌 워>가 벌어들인 흥행수입이 같은 날 개봉한 15개국 중 1위를 차지했다는 사실은 꽤 놀라운 일이다. 누적관객수는 120만명을 훌쩍 넘었고, 이런 속도라면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 이은 천만관객 달성도 무리는 아닌 것처럼 보인다. 간혹 덜떨어진 완성도를 가진 영화가 대중의 사랑을 받는 경우가 간혹 있기는 하지만, 이 영화가 이토록 많은 사랑을 받는 것은 기본적으로, 잘 만든 영화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 <시빌 워>는 잘 만들어졌다. 두 시간이 넘는 런닝타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를 만큼 속도감 있었다. 괜찮은 연출과 괜찮은 전개다. 영화 중반부에 등장하는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을 비롯한 슈퍼 히어로들 간의 싸움은 특히나 볼만하다. <아이언맨3> 이후 한층 더 진지해진 토니 스타크의 개그 캐릭터를 새로 합류한 앤트맨과 스파이더맨이 잘 나누어가져 갔고, <시빌 워>에서 나타난 히어로들 간의 분열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앞으로 펼칠 서사의 꽤 괜찮은 시발점이 될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들이 이토록 싸우는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많은 이들을 지키기 위해서 소수의 희생은 어쩔 수 없다는 어떤 신념과 그에 반하는 의견의 정치적 대립처럼 시작됐지만, 이야기가 종반으로 치달을수록 개인적인 것들만 남는다. 아내와 친구와, 부모와 가족과 복수. 신념의 충돌이 아니라 애정의 충돌이다. 정치는 사라지고 개인만 남는다. 내전이 일어나는데, 그게 노예해방도 아니고, 공산주의와 자본주의 간의 충돌도 아니고, 심지어 나중에는 UN이 영웅을 관리하는 것도 아니고! <시빌 워>라면 모름지기 더 정치적이어야 했다.

이것이 과연 <시빌 워>라고 불리기에 적절한 상황인가. 집단과 집단 간의 대립으로 보이지 않는다. 이들이 하나의 신념을 공유하며 싸우는 한 편이라기에는 무언가 엉성하고 어설프다. 그저 팀 캡틴 아메리카와 팁 아이언맨일 뿐. 왜 이 사람이 여기서 함께 싸우는 건지 이해가 안 되는 캐릭터도 있다. 급기야 나중에는 버키 반즈를 둘러싼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의 대립으로 모든 것이 치환된다.

문제는 또 있다. 이것이 대체 왜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의 한 편인 것인가,하는 물음. 마블 영화가 갖는 독특한 매력은 히어로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고뇌와 번민이었다. 자신의 힘과 그것에 대한 두려움, 세상의 시선과 힘을 가지고 있다는 데에서 오는 고독함. 토니 스타크도, 브루스 배너도, 스티븐 로저스도, 토르도 각기 자신만의 고뇌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니다. 완다나 정도를 제외하면 다들 너무 올곧다. 캡틴 아메리카는 더더욱 그렇다. 전작인 <퍼스트 어벤져><윈터 솔져>에서 보여주었던 모습은 다 어디에 갔는지. 정의에 가득 찬 캡틴 로저스의 얼굴보다, 주름 진 토니 스타크의 표정에 더 공감이 간다. 차라리 이 영화는, <아이언맨4>였어야 했을지도 모른다. 비중 자체도 그렇다. 이 영화는 <시빌 워>이지만 <캡틴 아메리카>이기도 하다. 그런데 다양한 캐릭터와 다양한 액션씬을 보여주기 위해 캡틴 아메리카는 그저 소비되는 것처럼 보인다.

아쉬운 점은 이 정도다. 그것만 빼면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는 꽤나 잘 만든 영화이다. 그러니까 누군가 내게 요즘 영화 볼만한 거 뭐 없을까라고 묻는다면 나는 단연코 이 영화를 추천할 것이다. 아니, 이 영화는 볼만한 것 그 이상이다. 마블다운 영화였고, 마블다운 선택이었다. 사실 스파이더맨과 앤트맨의 등장 또 합류 자체만으로도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는 큰 성과를 거둔 것이다. 블랙팬서의 존재감 역시 돋보였다.

이게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만 아니었다면, 뭐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가고 두 번째 쿠키 영상이 나오기 전까지 앉아 박수치기에 충분하지 않았을까.

신고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