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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살아 있다면

category 일상다반사/에세이 2016.04.18 20:54


살아 있으면 언젠가 바뀔 것이다. 살아 있다면 언젠가 달라질 것이다. 너무나도 맞고 옳은 말이다. 달라진다. 오늘 지는 태양과 내일 뜨는 태양은 다르다. 오늘 먹었던 밥과 내일 쌀 똥은 다르다. 살아 있으면 달라지는 내일을 볼 수도 있다. 살아 있다면 말이다. 살아 있으면 말이다. 

하지만 당장 하루를 살아남기가 버거운 이에게 언젠가는 나아질 수 있으니 일단은 살고보자는 말은 일종의 위로고문에 불과하다. 이런 식의 위로는 어떤 책임도 져주지 않는다. 그래서 살아 남았다고 치자. 만약 달라지지 않는다면. 달라지지 않아서 더 고통스럽기만 할 뿐, 다를 수 없어서 더 숨만 막혀올 뿐이다. 만약 그가 '그렇지만, 살아있으면 언젠가.'로 시작하는 잠언을 길게 읊조리던 당신을 원망한다면 그것이 대체 언제냐고 묻는다면 과연 무어라고 대답할 수 있을까.

사노라면 언젠가는 좋은 날도 오겠지. 정말? 응. 언제? 언젠가. 언제냐니까. 언젠가라고. 이런 선문답만 반복할 것인가. 당장 내일이 바뀔 수 없는 이에게 다 괜찮아질 거라고, 다 좋아질 거라고 어설픈 희망을 주는 것은 결국 희망돌려막기다. 기대 뒤에는 만드시 더 큰 실망이 찾아온다. 그래서 위로는 더 정제되어야 한다. 어설픈 위로는 더 슬픈 결말만 낳기에.

책임지지 못할 말은 하지 않는 편이 낫다. 당신 옆에 있는 누군가가 힘들어한다면, 조금만 지나면 나아질거야, 조금만 참자,고 말하지 말고 그냥 한 번 꼭 안아주는 편이 더 큰 위로가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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