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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 일은 많은데, 쓸 글은 없다.

category 일상다반사/잠시의 발견 2016.04.04 02:30

한 달 간 꽤 많은 글을 썼다. 중복기고한 글들과 글이 모자라 실리지 않게 된 것들까지 포함하면 족히 스물 다섯 개 쯤은 되는 것 같다. 그런데 도통 쓸모 있는 글을 써내지 못하고 있다. 크게 사랑스러운 글은 없었던 것 같다. 오랜 기간 생각하고, 오랜 기간 고민하고, 나름 정제해 내놓은 글들은 읽히지 않거나, 쉽게 무시당한다. 내가 모자라고 내가 부족한 탓이지만, 자괴감이 크다. 시류에 밀려 큰 고민 없이 금방 금방 써내려가게 된 글들이 '더 많이 팔린다'는 사실은 참 마음이 아픈 일이다. 

나는 삶에서 시작하는 글을 쓰고 싶었다. 삶 주변의 작은 표현 하나로부터 글이 시작되길 바랐는데, 요즘 글의 출발점은 대부분 내가 아니라 타자였다. 서투른 관심이거나, 허영에 찬 시선이거나. 어쩌면 삶 자체가 피폐해졌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일과 학교, 학교와 일, 다시 일과 학교. 정작 주변을 살필 시간은 많지 않다. 전에는 아침 일찍 마을버스를 타면, 그 속에 흐르는 기사님의 낡은 개인 라디오 음악이 참 좋았는데, 이제는 귀찮고 짜증나고 피곤한 소리가 되어 버렸다. 내 삶이 멀쩡하지 않은데, 삶으로부터 나오는 글이라고 멀쩡할까 싶다. 내 삶이 없는데, 삶으로부터 글이 나올 리도 없다. 일상을 놓치고, 순간을 못 쥐고. 사유가 필요한 순간의 고민을 귀찮아 내팽개쳤으니 삶에 글감이란 게 남아 있을리가 없다.

팍팍하다. 일과 과제, 조모임과 알바, 마감과 학교의 늪. 상황은 주어졌고, 깨달았을 때는 이미 되돌리기 늦은 시간이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수업은, 교수는, 나에게 무엇인가를 팔라고 자꾸 가르치는데 파는 법을 가르쳐주겠다며 온갖 것들을 던져주는데 내가 그것을 듣고 있어야 할 이유를 하등 찾지 못하겠다. 그러나 내게는 더는- 선택권이 없다. 내가 당장 팔아야 할 것은 글과 발품인데 내가 파는 건 내 무덤인 것만 같다. 일단은 견디는 게 최선이라는 것 말고는. 어떻게 해야 할지 아무것도 모르겠다.

나는 오늘도 무언가를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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