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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대통령이었으면 진작했어요. 그래서 제가 이번에 대통령으로 되면 할 겁니다." 

제18대 대선 토론에서 문재인 당시 후보가 이명박 정부의 반값등록금 공약 실천에 관해 묻자 박근혜 당시 후보는 이렇게 대답했다. 

토론만 봐선 무슨 방법으로, 어떤 내용으로 반값등록금을 실현하겠다는 것인지 명확하게 알 수 없었다. 내용은 없고 제목만 있었다. 어쨌든 대통령이 되면 하겠다고 했다. '공약'이었다. '대통령이 되면 어련히 잘하겠거니' 기대한 건 아니었지만, 반값등록금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 정도는 보일 줄 알았다. 그런데 그런 노력을 체감하기도 전에 반값등록금이 실현됐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정부와 대학의 노력으로 반값등록금이 실현되었습니다."

한국장학재단의 광고 문구에 대학생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대통령이 되면 한다더니, 정말 해낸 건가? 그런데 이상하다. '반값등록금이 실현됐다'고 하는데, 왜 대학생인 우리는 모를까.

등록금 고지서는 전혀 변하지 않았다. 교육부는 "반값등록금 정책은 모든 학생의 명목등록금을 절반으로 낮추는 것이 아니라 등록금 부담을 절반으로 경감시키는 것"이라는 농담 같은 해명을 내놓았다.

그 해명에 웃을 수 없던 대학생들은 '미완성 반값등록금 대나무숲'이라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들어 자신들의 등록금 고지서를 공유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올라온 고지서를 살펴보면, 반값등록금은 완성된 적이 없다. 

471만4200원, 457만9200원, 442만 원, 331만9000원, 346만9000원... 이 엄청난 액수의 고지서를 '인증'하며 청년들은 실소를 터트리고, 분노했다. 이 공간을 만들어 놓은 이들이 궁금했다. 지난 24일 이메일을 통해 미완성 반값등록금 대나무숲 운영자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정부 광고는 거짓말, 대학생의 삶이 무너지고 있다" 


- 반갑다. 페이지 잘 보고 있다. 왜 이런 페이지를 만들게 된 건가.
"지난해 말 박근혜 정부의 광고를 보고 분노했다. 대학교육연구소에 따르면, 2014년 2학기 기준 국가장학금을 받는 학생은 전체 재학생 중 41.7%밖에 되지 않는다. 소득분위와 성적 기준 등 까다로운 조건 때문이다. 

대부분의 대학이 장학금 신청자의 성적을 상대평가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필연적으로 성적 기준에 어긋나 국가장학금을 받을 수 없는 대학생이 생겨난다. 소득분위 역시 제대로 파악되지 않았다. 정부의 광고는 거짓말이었다. 이를 가장 잘 알릴 방법은 고지서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 자기 고지서를 그대로 공개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닐 것 같다.
"맞다. 국가장학금을 덜 받으면 집이 잘살아서 그런 것 아니냐, 더 힘든 사람들도 있지 않으냐고 눈총을 받는다. 반대로 국가장학금을 많이 받으면 자신의 가난을 증명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소득분위별 차등지급은 차별이며, 인권의 침해다. 대나무숲이라는 형식을 취한 것 역시 그 때문이다. 익명으로 자신의 억울한 사연을 속 시원하게 털어놓는 곳 아닌가."

- 페이지는 누가 운영하는 건가.
"'4.13 총선 대학생 참여 네트워크 MOVE'라는 곳에서 운영하고 있다. 'MOVE'는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과 대학 총학생회, 대학생 단체들이 모여 만든 곳이다. 이름에서 드러나듯, 총선에서 대학생 문제 해결을 요구하기 위해 만들었다."

- 고지서를 보여주는 것 이상으로 전하고 싶은 바가 있을 것 같다.
"고액 등록금, 청년 실업, 대학구조조정 등. 대학과 대학생의 삶이 무너지고 있다. 정부의 정책은 이를 더 심화하고 있지 않나. 2016년의 대학생들은 벼랑 끝으로 몰려 있다. 행동하지 않는다면 그보다 심각한 결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2014년 20·30대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다.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 모두 반값등록금 실현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대선 직후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한 사람들이 꼽은, 가장 마음에 드는 공약 3위가 반값등록금이었다. 그런데 두 정부 모두 스스로 내세운 공약을 배신했다.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어떤 사람들은 반값등록금이 실현되지 않은 것이 청년이 투표하지 않아서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를 대학생과 국민의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책임져야 하는 사람은 국민의 대표로 뽑힌 정치인들이다.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뿐 아니라, 국민을 현혹하는 것 역시 문제다. 정부의 반값등록금이라는 공약 자체가 그랬다. 등록금이 실제로 반으로 줄어들 것처럼, 국가장학금 같은 선별적인 차등지급을 통해 등록금을 줄일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박 대통령 지지자도 원했던 공약, 왜 안 지키나

- 말한 것처럼, 국가장학금이라는 제도 역시 문제가 많지 않나. 그런데 '반값등록금' 정책은 전부 국가장학금 제도에 의존하고 있다. 반값등록금을 실현할 방법은 뭐라고 생각하나.
"선진국들의 예를 참고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장학금 형태로 등록금 부담을 경감할 것이 아니라, 정부와 재단의 재정을 투입하여 등록금액을 직접 낮추는 것이 가장 쉽고 정확하다. 

작년(2015년) 기준,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11위의 경제 대국 아닌가. 그러나 GDP 대비 고등교육 예산은 OECD 평균도 안 된다. 정부가 책임을 회피하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정부와 기업에서 필요할 때만 대학의 인재를 찾으면서 등록금 문제 해결에는 관심이 없다. 이런 이중적 태도, 바꿔야 한다."

- 반값등록금이 등록금 부담에 궁극적인 해결책이 되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지 않나. 물가가 오르면 등록금도 오를 테니까. 이런 우려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이미 물가 상승률을 기준으로 등록금 인상을 제한하는 등록금 인상률 상한제가 법으로 시행되고 있다. 그 우려는 반값등록금이라는 목표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반값등록금을 실현하기 위해 등록금을 규제하는 법, 이를 촉진하는 정책이 어떻게 만들어질지에 대한 문제인 듯하다. 

반값등록금은 시작이다. 반값등록금에서 시작해, 더 높은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더 높은 수준에서 등록금액을 규제하고, 정부와 대학 재단의 재정 투입을 의무화하는 제도가 정착되어야 한다."

- 총선이 채 한 달도 남지 않았다. 몇몇 정당에서 청년 후보를 내고 있기는 하지만, 총선을 둘러싼 담론에서 청년은 삭제된 것처럼 느껴진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다. 대한민국의 미래가 될 대학생들이 좌절하고 있다. 대학생의 문제는 이미 대한민국의 문제다. 국민의 대표라면 당연히 대학생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 대학생 문제에 거짓말과 무시로 일관하는 정당이 있다면 심판으로, 대학생 문제 해결에 나서는 정당이 있다면 지지로 행동에 나설 것이다."

장학금 형태로 지급할 것이 아니라, 직접 등록금 낮춰야 

물리적, 시간적인 제약으로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없는 것이 아쉬웠던 인터뷰였다. 인터뷰이 역시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 끝은 분명했다. '반값등록금'이 가능하며, 그 공약을 이행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토론회에서 자신 있게 이야기했다. 

"제가 대통령이었으면 진작했어요. 그래서 제가 이번에 대통령이 되면 할 겁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는 이제 채 2년이 남지 않았다. 더이상 약속을 미룰 시간은 없을 것 같다. 아쉽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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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오마이뉴스(링크)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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